▲ 밥으로 대표되던 주식(主食) 시대는 이제 끝났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밥이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은 면과 빵 등이다. 식단이 서구화되기도 했지만, 예전엔 구하기 어렵던 식재료들을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 면식수햏을 기억하는가? 소주는 덤이다.


그전에 잠깐 2000년대로 돌아가 보자. 당시 면식 폐인, 면식 수행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등장했었다. 말하자면 면을 주식으로 삼은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때였던 것 같다. 사실 면식 폐인이나 면식 수행 같은 말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진 않았다. 집에만 갇혀 혼자 끼니를 때우는 느낌이 드는 단어였달까? 하지만 점차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서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면식은 더 이상 허술하지 않은 주식(主食)이다.

 


면식 주동자, 라면


면 중의 면, 라면부터 시작해보자. 우리나라만큼 라면이 맛있는 곳도 없으니까.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몇 번씩이라도 라면을 먹을 게 분명하다. 누구나 마음속에 최애 라면 하나쯤은 있을 것. 한국인의 매운맛 신라면? 오동통한 면발의 너구리? 원조 중의 원조 삼양라면? 이런 라면들은 찬장에 가득 쌓아두는 것으로 차치하고, 오늘은 별식을 알아볼 예정이다. 기자는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새로 나온 라면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사 오곤 한다. 고맙게도 업계에선 꾸준히 새로운 라면을 쏟아내고 있다. 


▶ 팔도 막국수라면



비빔면 명가 팔도에서는 여름철을 대비해 비빔면의 친척 격인 막국수를 출시했다. 담백한 메밀면에 매콤한 소스를 비벼 고소한 참기름을 더해 먹는 라면이다. 양념장은 기존의 비빔면 양념과 비슷해 보이지만 배 농축액으로 막국수 특유의 매콤 달콤한 맛을 구현했다고. 실제로 먹어본 결과 매운맛이 강해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굳이 비교하면 비빔면에서 신맛, 단맛을 쫙 뺀 걸걸한 스타일이라는 것?


▶ 오뚜기 진짜쫄면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지 근래의 신제품에는 비빔면이 많다. 오뚜기에서는 쫄면을 내놨다. 감자 전분으로 만든 면발을 고압의 스팀으로 쪄 쫄면의 식감을 낼 수 있게 했다. 고추장과 식초 베이스의 양념장에는 볶음참깨와 무초절임액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비빔면에서는 볼 수 없는 건더기도 혜자스럽다. 계란 후레이크와 건양배추가 큼직하게 들어있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기타 비빔면보다 양이 많다는 것. 하지만, 진짜쫄면도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혀를 내두를 만큼 맵다.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매운맛 라면의 차세대 주자라고 느껴질 정도.


▶ 농심 건면새우탕



농심은 새로운 면발의 라면을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발효숙성 건면'을 이용한 건면새우탕이다. 면발을 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건면이라 칼로리가 기존 라면보다 반이나 낮아져서 살도 덜 찔 것 같고 건강에도 부담이 적다. 끓이고 나면 면발이 생면처럼 쫄깃해지기도 하고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면발에 생긴 공간에 국물이 채워지면서 맛이 더 풍부해진다고. 일부러 찾아 먹기가 귀찮으면 당장 마트에 가자. 어느 마트든 시식코너엔 이 건면새우탕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면, 파스타


소개팅이나 나가서 먹는 음식이었던 파스타도 이제는 흔한 집밥이 됐다. 차려두면 그럴듯하지만 조리법은 의외로 쉽다. 게다가 요즘은 각종 파스타면과 소스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라면처럼 간편하게 끓일 수 있다. 흔히 스파게티로 잘못 불리고 있어, 확실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 이를테면 국수에 중면, 소면이 있듯이 상, 하위 개념이니 혼돈하지 말자. 



파스타는 면 종류만 3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스파게티는 집 앞 슈퍼에서도 구할 수 있다. 온라인 세계로 가면 더 다양하다. 두꺼운 페투치니, 동글동글 말려 있는 소용돌이 모양의 푸실리, 커다란 원통 모양의 펜네까지. 기억을 못할 뿐 모든 파스타의 모양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설레는 소개팅 자리의 정중앙에는 항상 파스타가 있었으니까.

▲ 왼쪽부터 디벨라 푸질로니, 바릴라 카펠리니, 데체코 파파델리


최근에는 심지어 해외 브랜드의 면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디벨라, 바릴라, 데체코 같은 브랜드가 유명한 편. 면이 이렇게 다양한 건 다양한 식감을 내기 위함이다. 거기다 면마다 어울리는 소스가 따로 있는 것도 재미있다. 


동글동글 말린 면 사이에 소스를 품을 수 있는 푸실리나, 소스를 넓게 펴 바를 수 있는 라자냐는 토마토소스가, 넓고 길쭉한 면발에 소스를 잔뜩 묻힐 수 있는 페투치니는 크림소스, 머리카락처럼 얇은 카펠리니는 오일 소스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소스의 종류를 크게 토마토, 크림, 오일 세 가지로 나눴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이걸 왜 먹나 싶을 정도의 느끼한 크림소스에 신기한 모양의 숏 파스타들을 기억해보자. 



▲ 왼쪽부터 샘표 폰타나 카르니아 베이컨&머쉬룸 크림 파스타 소스, 

델그로쏘 토마토 바질 파스타 소스, 청정원 조개&화이트와인 봉골레 파스타 소스


시판용 소스의 종류만 봐도 상당히 다양한 걸 알 수 있다.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가 더해진 로제, 크림 소스의 정수 까르보나라, 조개육수로 감칠맛을 더한 봉골레까지. 라면 스프처럼 든든하게 파스타의 지원군이 되는 소스들이다. 최근엔 파르마산 치즈를 비롯해 큼큼한 블루치즈까지 판매되고 있으니, 바야흐로 파스타의 전성기 아니겠는가!

 


탱글탱글 건강한 생면


이번엔 우동, 소바, 냉면 등의 생면 카테고리로 넘어가 보자. 생면은 튀기거나 건조하지 않아 수분이 많이 들어있어 면발이 쫄깃하고 부드럽다. 원래 생면 시장은 우동과 냉면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다양한 볶음면, 쌀국수, 칼국수 등 여러 면이 생면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라면보다 보관 기간이 짧은 것이 단점이지만 건강에 신경 쓰는 요즘 시대의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 



▲ 왼쪽부터 풀무원 생가득 가쓰오 나베 우동, 삼립 하이면 우리밀 어묵우동, CJ 가쓰오 우동


풀무원은 인스턴트에서도 생면식감을 잘 살려낸다. 그러니 생면 자체도 잘 뽑아내는 편. 생가득 가쓰오 나베 우동은 전문점 수준의 수타식 면발을 자랑한다. 삼립은 자체적으로 '하이면'이라는 우동 브랜드를 따로 내놨다. 하이면 우리밀 어묵우동은 우리밀을 100% 사용한 면발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생면 우동계에서는 10년 이상 시장 1위를 거머쥐고 있는 CJ 가쓰오 우동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면발을 반죽한 후 숙성 시간을 거쳐 끓였을 때 더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면발을 맛볼 수 있다.



▲ 왼쪽부터 풀무원 생가득 메밀 막국수, CJ 가쓰오 메밀 생면


풀무원 메밀 막국수는 툭툭 끊어지는 구수한 메밀 면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했다. 매콤한 비빔장과 동치미 국물에 비벼 먹는 제품. CJ 가쓰오 메밀 생면은 가쓰오 냉소스에 면발을 찍어 먹는 일본식 전통 소바다. 갓 뽑은 메밀 생면을 그대로 넣어 유통기한이 한 달 밖에 안 된다. 


▲ 왼쪽부터 풀무원 생가득 평양 물냉면, CJ 평양 물냉면


요즘 대세는 평양냉면이다. 최근엔 평양냉면 가게마다 그렇게 줄을 늘어선다는데 생면으로나마 평양냉면을 맞이해보자. 풀무원 생가득 평양물냉면은 메밀과 도토리를 섞은 면발로 더 쫄깃하고 구수한 맛을 냈다. CJ 평양 물냉면은 전통방식처럼 반죽을 틀에 넣고 눌러 뽑아냈다고. 하지만, 거의 모든 물냉면 제품들은 동치미 기반이다 보니 고기와 각종 비법으로 끓여낸 전통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좀 있다. 구입 시 꼭 참고하자. 

 


우리 민족의 면, 국수와 쫄면


일식에 우동이 있다면 한식엔 국수가 있다. 잔치국수나 김치말이 국수에 쓰이는 소면이 대중적이다. 면식이 활발해진 요즘은 오묘한 식감 차이를 따지며 소면보다 얇은 세면, 소면보다 굵은 중면 등을 찾는 마니아들도 있다. 심지어 콩국수용 면이 따로 나오기도 하더라. 아무튼 이런 복잡함을 가시게 하는 신선 식품과 인스턴트도 많다. 칼국수나 쫄면 시장은 생면이 대중적이었는데 최근엔 인스턴트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 왼쪽부터 샘표 잔치국수, 오뚜기 콩국수 라면, 삼양식품 바지락 칼국수


간편하게 끓여 먹을 수 있는 국수들을 모아봤다. 샘표는 원래 맛 좋은 소면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다. 그 샘표의 소면에 멸치, 새우, 조개를 넣어 우린 깔끔한 육수를 더해 라면처럼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를 내놨다. 손이 많이 가는 콩국수도 라면처럼 쉽게 끓여낼 수 있다. 오뚜기 콩국수 라면은 콩국수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콩가루를 78.3%나 넣은 분말스프로 진한 콩 국물 맛을 냈다. 삼양의 바지락칼국수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에 진공 포장한 바지락으로 손쉽게 바지락칼국수 맛을 낼 수 있다.



▲ 왼쪽부터 풀무원 생면식감 탱탱 비빔쫄면, CJ제일제당 밀당의 고수 매콤새콤 쫄면


풀무원은 유탕면도 아닌, 생면도 아닌 건면들을 '생면식감'으로 묶었다. 생면으로만 즐겼던 쫄면의 면발도 바람에 말려 건면으로 유통하기 쉽게 했다. CJ의 매콤새콤 쫄면은 전통 방식으로 면발을 뽑은 생면이다. 



▲ 왼쪽부터 에이씨이쿡베트남 베트남 쌀국수 리얼포, 

풀무원 태국볶음 쌀국수 팟타이, 삼양식품 스리라차 볶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면을 먹기 시작하니 면 시장이 끝도 없이 넓어지고 있다. 일식, 중식, 양식을 넘어 최근엔 동남아식 면들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새로운 면들이 쏟아지니 소비자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다. 밥상에 '밥'이 없어도 당황하지 않는 현대인들이여, 아직 세상은 넓고 우리가 먹어 보지 못한 면이 많다. 침착하게 면식수행을 정진해 나가자.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염아영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