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도 가스레인지도 아닌, 전기레인지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되는 레인지 10대 중 4대가 전기레인지"라며 "올해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의 2배인 60만대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SK매직과 쿠첸이 1, 2위를 다투던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해외 브랜드와 중소업체들까지 가세해 전기레인지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갈팡질팡 갈 곳을 잃은 모양새다.

 

 

불 없는 주방시대의 도래! 전기레인지, 왜 대세일까?

 

서구권에선 전기레인지의 사용이 그리 새롭지 않다. 서유럽의 전기레인지 보급률은 90%에 이르며 오히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가정집을 보는 것이 드물 정도. 음식문화의 차이가 원인이라고 보는 해석도 있지만, 한국과 같이 밥과 국을 먹는 일본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기레인지를 사용해 현재 보급률은 40~50%에 이른다. 수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전기레인지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성, 편의성, 디자인 등의 다양한 장점을 들여다보자면 전기레인지의 대중화는 시간 문제라는 말이 절로 납득이 갈 듯.

 

 ▲ (왼쪽부터) 린나이코리아 RBE-22H, 쿠첸 CIR-F150, 밀레 KM6314

 

가스레인지에 익숙했던 소비자들도 슬슬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조리가 느리다', '화력이 약하다',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 등 전기레인지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다양한 장점을 가진 제품들이 시장에 대거 등장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편견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었구나, 라는 현실을 속속 깨닫는 상황이다. 전기불꽃의 열효율이 가스불보다 오히려 더 뛰어나고 안전하며 건강에도 좋다는 불변의 진리를 말이다.


전기레인지는 열원의 원리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인덕션'과 '하이라이트'가 그것이다. 인덕션(IH)은 자력선으로 조리용기에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상판에 직접 열이 발생하지 않으며, 하이라이트(IL)는 상판 아래 니크롬선에 전기가 흐르면서 발생한 열로 조리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혹은 아직까지도 "전기레인지=인덕션"이라는 공식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기도 했지만 강조하건대 인덕션은 전기레인지의 한 종류일 뿐이다.

 

▲ 휘슬러 마에스트 시리즈 프로4구

 

(휘슬러 마에스트 시리즈 프로4구는 버튼 조작 한 번으로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쌀밥은 물론 현미밥 짓기도 가능하다. 상판 글라스에 휘슬러 로고 패턴을 적용해 스크래치 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외관만으로 명확한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생긴 선입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덕션이든, 하이라이트든 가스레인지처럼 유별난 돌출부위 없이 매끈한 표면을 가졌다는 것은 스타일리시한 주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되는 부분 중 하나다. 최근 신축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서 빌트인으로 유독 전기레인지를 선호하는 것도 안전과 편의성은 물론, 디자인 면에서 더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게 최고! 그래도 가스레인지가 더 낫다? 

 

▲ 삼성전자 전기레인지 인덕션

 

(15단계로 화력을 조절할 수 있고, 4개의 안전센서가 과열을 막아준다. 4개의 열선으로 가열하는 '플렉스존 플러스'는 다양한 용기 모양에 세밀하게 반응해 균일한 조리를 도와준다. LED 가상불꽃으로 작동 여부와 화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전기레인지는 거창한 홈바를 갖출 수 있을 정도로 큰 주방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지멘스, 밀레, 휘슬러 등 해외 가전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주를 이뤘고, 가격도 200만~300만 원대의 고가제품들이 많았다. 마치 부유층의 상징물처럼 여겨졌지만, 국내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가격이 대폭 낮아졌고, 현명한 소비자들이 전기레인지의 '실용성'에 더욱 주목하면서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대체 전기레인지가 뭐가 얼마나 좋기에? 기존에 쓰던 가스레인지의 경우 유해가스나 화재, 화상 등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기레인지는 불 대신 전기를 열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암을 유발하는 라돈가스나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 배출이 없고, 불꽃이 없으니 냄비 손잡이가 녹거나 불이 다른 곳에 옮겨붙을 걱정도 없다. 가스불을 키고 나온 건 아닌지, 밸브를 잠그지 않았는지 전전긍긍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는 뜻이다.

 

▲ 밀레 인덕션 호브

 

(자기장을 이용한 '트윈 부스터' 방식으로 종전의 가스레인지보다 조리시간이 2배가량 빠르다. 온도 조절을 9단계까지 세분화했고, 과열되거나 음식물이 흘러넘치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해준다.)

 

돌출 부위가 없는 평평한 전기레인지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도 편하다. 인덕션은 젖은 타월로 닦으면 끝, 음식이 눌어붙는 하이라이트는 전용 스크래퍼로 살살 밀어낸 다음 전용세제를 뿌리고 타월로 쓱쓱 닦아내면 된다. 조리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가스레인지로 10분 30초가 걸리는 국 요리의 조리시간이 하이라이트를 사용하면 9분, 인덕션을 사용하면 6분 30초로 대폭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덕션 vs 하이라이트’, 절충이 필요하다면 하이브리드!

 

 

 AEG 인덕션 3구

 

(독일 특유의 기능적인 디자인이 특징. 조리 용기의 바닥을 감지하고 크기에 맞게 가열해주는 맥시 센스, 조리시간과 잔열을 체크하는 에코타이머, 14단계보다 더 높은 화력이 필요할 때 순간적으로 강한 열을 내는 파워부스터를 장착했다.)

 

인덕션 전기레인지는 자기장 유도로 용기만 빠르게 가열하여 짧은 시간에 강력한 화력이 발생시킨다. 이때 용기만 가열하고 상판은 달궈지지 않아 화재 위험도 없다. 조리시간이 빠르고 열기가 줄어든다는 것은 성질 급하고 더위 많이 타는 사용자들이 ‘혹’하는 장점이기는 하나, 스테인리스 등 전용 냄비를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흔히 쓰는 철제 냄비, 철제 프라이팬, 법랑 냄비 등은 사용이 가능하나 알루미늄, 도자기, 동, 내열유리 등으로 만들어진 용기는 사용할 수 없다. 그래도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잘 모르겠다면 용기 바닥에 자석이 붙는지 확인하고 쓰면 된다.

 

 

 


▲ LG전자 디오스 인덕션 전기레인지 와이드존

 

(평상시에는 2개의 화구를 따로 쓰다가 2개 화구를 합쳐 널찍한 대형 화구로 사용하면 1ℓ의 물도 2분 20초 만에 끓인다. 상판 너비가 76㎝로 일반 전기레인지(60㎝)보다 20% 이상 긴 것이 특징.)

 

반면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는 원형으로 분포된 열선이 세라믹 상판을 가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용기 재질에 따른 별도의 제한이 없다. 가스레인지처럼 뚝배기, 내열유리 용기 등 바닥이 평평한 냄비라면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끓는 속도는 인덕션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화구가 직접 열을 내서 용기를 달구는 직화 시스템이므로 화상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 전원을 끈 후에도 열기가 남지만, 대부분의 제품에 잔열이 있음을 알려주는 센서가 있어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며, 조림이나 뜸을 들이는 요리에는 오히려 유익하다.

 

 

린나이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

 

(독일 에고사의 2.3㎾ 고효율 하이라이트 버너로 미세한 온도조절이 가능하며, 가열이 빨라 많은 양의 요리를 할 때 유용하다. 소프트 터치 방식으로 조작이 간편하며 긁힘 걱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인덕션을 사용하자니 쓰지 못할 냄비가 많아 아깝고, 하이라이트를 사용하자니 상대적으로 긴 조리시간과 눌어붙은 음식 찌꺼기가 거슬린다면 제3의 대안도 물론 있다.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방식을 하나의 레인지에 장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그래, 결심했어! 근데 어떤 걸 사지?

 

SK매직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

 

(독일 기술의 하이라이트 1구와 부스팅 가열 기능과 보온 기능이 장착된 인덕션 2구로 구성됐다. 인덕션 화구는 LED 불빛으로 화력을 체크할 수 있으며, 빌트인과 프리스탠딩 중 선택 사용이 가능하다.)

 

전기레인지를 써보기로 결심했다면 우선 빌트인으로 할 것인지, 프리스탠딩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빌트인은 공간의 활용도가 높고 시각적으로 깔끔한 대신 비용이 드는 공사를 감수해야 한다. 별다른 공간의 제약이 없고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사용하는 걸 선호한다면 독립적인 형태의 프리스탠딩을 권한다. 프리스탠딩은 전원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설치과정이 필요 없다. 또한 전기레인지의 일부 제품은 빌트인과 프리스탠딩으로 동시 사용이 가능하므로 필요에 따라 설치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함께 사는 가족이나 자주 사용하는 냄비 크기, 음식을 자주 해먹는지에 따라서도 전기레인지는 얼마든지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 보통 1~2구 제품은 1~3인, 3~4구 제품은 2~4인 가구에 적합하며, 1~2구 제품의 경우 가스레인지의 서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사용하는 냄비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한 편이라면 화구를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프리존(플렉스존)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

 

쿠쿠 3구형 하이브리드 에코레인지

 

(열효율을 높여 일반 전기레인지 대비 조리속도가 빠르며, 조리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와이드 플렉스존'도 특징. 버튼 잠금, 적합 용기 감지, 이상온도 상승 방지, 자동 꺼짐, 자동요리, 자동 전력 절감 장치 등의 다양한 부가기능도 있다.)


가족 중에 어린이나 다소 조심성이 떨어지는 성인이 있다면 다양한 부가기능이 있는 전기레인지를 권한다. 하이라이트의 잔열 표시기능은 필수이며, 어린이나 애완동물로 인한 오작동을 예방하기 위한 잠금장치(차일드락)와 위급상황에 대비한 일시정지 기능, 원하는 시간에 꺼짐 예약을 할 수 있는 타이머 기능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전기레인지의 전기요금을 염려하는 신규 사용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용은 일반적으로 가스레인지보다 더 든다. 하루 3끼 매일 요리한다고 봤을 때 인덕션의 전기요금은 한 달 평균 1만 원 내외, 하이라이트는 2~3만 원 수준이다. 누진세가 붙을 경우엔 더 나올 수도 있다. 전기밥솥 6~7천 원, 전자레인지 1~2천 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그 편의성과 안전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 아닐지.

 

기획, 편집 /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이지희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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