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키보드에 신경 좀 쓴다는 사람들은 펜타그래프를 썼다. 요즘은 기계식이다

 

2017년만큼 다양한 키보드가 시중에 쏟아진 적도 없다. 만 원 이하 멤브레인 키보드 하나면 충분했던 과거에는 기대하지 못한 파격적인 행보인데,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멤브레인은 완전히 관심 밖으로 사라졌고, 이제 대세는 기계식 키보드,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의 美를 책임지는 키캡에게 넘어왔다.

 

기계식 키보드와 키캡이 부흥하는 주요 원인은 10만 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던 기계식이 3만 원 이하까지 떨어진 것. 체리 사의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 특허만료로 인해 유사 스위치(카일, 오테뮤 등)가 쏟아지며 기계식 키보드 입문의 벽이 낮아졌다. 키보드가 많이 보급되니, 자연스럽게 키보드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키캡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이런 시장의 열기에 힘입어 DPG에서는 지난 9월 1일부터 17일까지 '나만의 키캡 세팅법!'을 주제로 회원들의 키캡 세팅 노하우를 묻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각종 기성품 키캡을 조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직접 염색해서 자작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과연 '키보드 마니아'의 세계는 깊고도 넓었다. 이런 멋진 키캡들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 정리했으니 함께 살펴보자. 유니크한 키캡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세상에 없는 키캡은 직접 만든다!

 

▶ '꼼돌2' 님의 DIY 염색 키캡

▲ 키캡에 염색이라니! 이런 것도 가능했어?

 

자고로 덕력의 최고봉은 DIY. 즉, 자작이다. 모름지기 자작이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세상에 없는 유니크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내는 진정한 참덕의 길 아니겠는가. '꼼돌2' 님이 남긴 사연은 키캡 덕후가 가야 할 극한의 길에 가까웠다. 세상에 예쁘고 아름다운 키캡은 많지만, 우리 주머니 사정은 아름답지 않으니. 손수 아름다운 키캡을 만들기에 도전하는 숭고한 정신이 돋보인다.

 

특히 키캡 한 알 한 알 손수 칫솔을 이용해 닦아내며 고난의 탈지와 세척 작업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염료를 이용해 도색하는 모든 과정의 노고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 염색 전

 

▲ 염색 후

 

최종 결과물은 얼핏 보기에는 키보드계의 상징적인 브랜드, '리얼포스'의 특별판 키보드가 채택한 배색과 유사한 듯 보인다. 하지만 개인이 고생 끝에 얻어낸 DIY 염색 키캡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겉모습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과 유니크함이 있다.

 

'꼼돌2' 회원님의 키캡 바로 보기 : http://bbs.danawa.com/view?boardSeq=244&listSeq=3457130

 

▶ 'Pierr★t' 님의 재염색 키캡

▲ 기성품에서는 보기 힘든 은은하면서 다채로운 색감

 

Pierr★t 회원님의 키캡은 강한 발색, 화려한 조합이 난무하는 요즘 키캡 디자인 사이에서 유독 돋보인다.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염색하여 진하고 강한 원색의 키캡들과는 다른 매력을 뽐낸다. '다시 똑같이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들 것 같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내공이 예사롭지 않다.

 

▲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다이론 염색약

 

원하는 키캡을 얻어내기 위해서 염색이 잘 안 됐을 경우 탈색 후 재염색하는 등의 의지가 돋보인다. 동시에 키캡 염색에 도전할까 말까 고민 중인 유저들에게 'ABS 키캡이 아니라 PBT 키캡을 사용할 것', '염색이 마음에 안 들면 탈색도 가능하다' 등의 팁을 남겼다.

 

Pierr★t 회원님의 키캡 바로 보기 : http://bbs.danawa.com/view?boardSeq=244&listSeq=3449887

 

 

키보드와 키캡은 자주 바꿔야 제맛!

 

▶ '기계식입문자'님의 키캡 놀이

▲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데... 라이언?! 너니?

 

본디 덕후와 여자친구는 상극에 가깝지만 간혹 둘 다 해내는 용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계식입문자' 님은 성공한 덕후라고 불러도 될 것같다. 키캡 놀이에 깊은 내공이 있는 키캡 덕후이면서 동시에 여자친구도 있으니 말이다. 한 개의 키보드로 만족하지 못하는지 여러 대의 키보드를 바꿔가며 키캡 놀이를 하고, 여자친구에게도 키캡의 매력을 전파한다.

 

▲ 호국보훈 에디션 키캡

 

그 중에서도 강한 임팩트를 주는 것은 호국보훈 에디션이라고 불러도 될법한 빨/파 조합 키캡 세팅과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얼굴을 형상화한 키캡. 라이언 얼굴 키캡은 기성품 아니냐고? 자세히 살펴보면 라이언의 주둥이와 코에 해당하는 흰색/검은색 키캡은 한/영 키캡이고, 노란색은 영문 ONLY 키캡이다. 즉, 라이언 얼굴의 힌트는 기성품을 참고했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키캡들을 조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

 

기계식입문자 회원님의 키캡 바로 보기 : http://bbs.danawa.com/view?boardSeq=244&listSeq=3451555

 

▶ '사기알론소'님의 키캡 놀이

▲ 제법 고가의 키보드가 등장한 것에서 이미 평범한 유저가 아님을 직감했다

 

핑크색 키캡에서부터 키캡으로 라이언, 어피치 얼굴을 만들기까지. 일단 범상한 인물은 아니다. 시작은 친근한 브랜드였는데, 중간쯤에서 제법 고가의 키보드인 바밀로 VA104M 다크믹스로 기선을 제압한다. 소녀상 키캡과 빨간색 라이젠 키캡으로 적절한 포인트와 유니크함도 뽐낸다. 

 

▲ 여자친구나 썸녀에게 키보드를 선물하고 싶다면 이 키캡 구성을 눈여겨보라

 

특히 위 사진의 핑크핑크한 어피치 키캡은 키보드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랑스러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 같다. 여자친구나 썸녀에게 선물한 것이 아니라 누나에게 빼앗긴 사실에 통탄할 따름. 상대방에게 복숭아 알레르기가 없다면 무조건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사기알론소 회원님의 키캡 바로 보기 : http://bbs.danawa.com/view?boardSeq=244&listSeq=3451547

 

 

한 가지 키캡으로도 이렇게 많이 달라진다!

 

▶ 'liofung'님의 키캡놀이

▲ 카일 사의 박스 축을 사용한 키보드 TURKEY KB1

 

'liofung'님 게시물의 첫 부분은 마치 새 키보드 자랑 같지만, 키캡을 바꾸게 되는 과정과 설명에서 친절함과 배려가 느껴진다. 키캡과 함께 소개한 TURKEY KB1 키보드는 기본 제공하는 키캡이 문자가 키캡 옆면에 들어가는 측각인데도 LED가 투과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 앱코 크리스탈 키캡의 등장

 

요즘 가성비 좋다고 입소문 난 앱코의 크리스탈 키캡이 등장했다. 앱코 크리스탈 키캡에 기본 제공되는 흰색 리무버는 키캡 표면에 흠집이 날 수 있다며 다른 형태의 리무버 사용을 추천하는 모습에서 liofung님의 자상함이 물씬 느껴진다.

 

 

앱코 크리스탈 키캡과 RGB, 그리고 블랙 컬러의 기본 키캡이 더해지니 간결하면서도 화려함까지 잡은 조합이 탄생했다. RGB 조명이 계속 키보드 아래를 다른 색으로 바꾸기 때문에 질릴 것 같지도 않다. RGB가 지원되는 블랙 색상의 키보드를 쓰는 유저라면 추천해볼 만한 키캡 세팅이다.


liofung 회원님의 키캡 바로 보기 : http://bbs.danawa.com/view?boardSeq=244&listSeq=3457388

 

▶ 'hasw' 님의 키캡 놀이

▲ 레오폴드 사의 키보드를 사용 중인 hasw 회원님

 

때로는 국내에서 비슷한 제품을 구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던가. 덕질의 디테일이 우수한 제품들이 해외에도 많다. 'hasw' 님도 어둡고 칙칙한 키보드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수많은 해외 사이트를 뒤졌을 것이다.

 

▲ 마감이 깔끔한 이중사출 키캡이다

 

고생 끝에 아마존에서 찾아냈다는 키캡. 그런데, 전체 키캡이 아니라 일부 기능키만 구매했다는 것이 색다르다. 실제로 예쁘고 인기 있는 키캡은 이렇게 일부, 또는 키캡 1개(1알)만으로도 고가에 팔린다고. 다만 제품 가격은 1만 2천 원, 배송비가 1만 5천 원이어서 제품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 배송비가 제품 가격보다 높은 것은 아쉽지만 결과물은 깔끔!

 

키보드가 너무 화려하거나 화사한 것이 싫다면 이렇게 일부 키캡만 바꾸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hasw 회원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hasw 회원님의 키캡 바로보기 : http://bbs.danawa.com/view?boardSeq=244&listSeq=3449562

 

 

나만의 키보드가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행동에 옮기자

  

키보드를 돈 주고 구매하는 것을 사치라고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조차 지루할 정도로 시장이 많이 변했다. 어떤 주제의 중독성을 이야기할 때 "~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종종 쓰곤 하는데, 키보드 키캡도 이와 같다. 한 번 손대면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바꾸게 된다.

 

오늘 소개한 회원들 외에도 키보드, 키캡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키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목적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나만의 키보드(키캡)를 가지고 싶다'는 작은 소유욕을 충족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어렵지 않다. 커피 두 세잔 정도의 돈과 10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레고나 퍼즐을 가지고 노는 데 전문성이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키캡을 바꾸는 것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단언컨대, 키캡 놀이는 가장 입문하기 쉬운 덕질 중의 하나일 것이다. 키캡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실행에 옮기자. 해보면 별 것 아니다.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김현동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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