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G INTERVIEW ‘완벽한 사운드’를 향한 끝없는 집념


출처: 프리미엄 헤드폰 가이드(PHG) Vol.21


■취재 : 이보원 기자
■사진 : 이선우 기자
■자료제공 : VOXX GERMAN, (주)다비앙


 


유난히 화창했던 4월의 어느 날. 취재진은 아침 일찍부터 용산구의 원효로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간만의 깨끗한 날씨는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주었지만, 세상사는 것이 어디 맘대로 되랴. 오전 10시가 조금 안되어 도착한 곳은 국내 하이파이 업계의 선두주자 (주)다비앙의 사무실이다. 이 대목에서 ‘프리미엄 헤드폰 가이드에서 웬 하이파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라. 여러분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VOXX 그룹의 예하에는 고음질 하이파이 스피커로 명성이 자자한 독일의 자존심 ‘MAGNAT’이 있다. 스피커를 비롯해 인티앰프까지 MAGNAT을 만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HECO와 MAC AUDIO 등 생활에 밀접한 모든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정상급 브랜드들이 바로 VOXX 그룹이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사람은 바로 VOXX 그룹의 CTO인 SHANDRO FISCHER. VOXX 그룹의 많은 브랜드 중 “‘MAGNAT’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있다”며 운을 뗀 인터뷰의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국은 처음 방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선 프리미엄 헤드폰 가이드의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VOXX 그룹의 CTO를 담당하고 있는 SHANDRO FISCHER입니다. VOXX GERMAN HOLDINGS의 제품개발과 제품연구팀의 책임자로 VOXX 그룹에 속한 모든 브랜드의 제품 개발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소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MAGNAT이라 하면 스피커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럴 수 있습니다. 오랫 동안 고음질 하이파이용 스피커에 몰입했었고 그 결과 많은 분들이 MAGNAT의 스피커와 앰프로 좋은 사운드를 듣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번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헤드폰입니다. 1980년대에 헤드폰을 제작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라우드스피커에 좀 더 집중해 지금의 MAGNAT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하이파이 시장에 걸맞은 양질의 스피커와 앰프를 생산하면서 회사의 기술력은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약 5년 전부터 다시 헤드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앞에 놓인 제품들이 바로 그 결과물들입니다. MAGNAT이라고 새겨져 있지만 우리는 모든 라인을 ‘LZR’라고 합니다. LZR을 독일어로 발음하게 되면 ‘레이저’라고 말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양질의 사운드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제조사의 경우 측정의 최고봉 격인 ‘레이저 측정 장비’를 사용한다. 눈은 물론 측정용 마이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콘 혹은 멤브레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해 3차원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특정 주파수의 공진으로 인한 찌그러짐이나 비정상적인 익스커션을 아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석 안쪽에 자리한 보이스코일이 얼마나 열을 받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보이스코일에 열이 누적되면 종단에는 파열로 이어지기에 열이 잘 배출될 수 있는 설계는 제품의 수명과도 직결된다


 


‘LZR’ = ‘레이저’라는 말씀이시군요. 레이저라는 이름을 붙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전문 기자인 만큼 유추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괜히 알면서 물어보는 것아닌가요? 하하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사운드를 재생하는 스피커를 개발할 때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합니다. 재생 주파수 특성과 SPL을 알아보기 위해 측정용 마이크를 사용한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측정 장비 역시 제대로 갖추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MAGNAT은 독일의 장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입니다.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지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스피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레이저 측정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레이저는 마이크로 볼 수 없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콘 혹은 멤브레인의 움직임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운드를 재생할 때 아주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눈으로는 그 움직임을 볼 수 없지만 레이저를 이용하면 아주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멤브레인이 앞뒤로 정확하게 움직이는지, 특정 주파수의 공진으로 변형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그리고 볼륨의 크고 작음에도 정확하게 재생하는지 등 양질의 사운드와 직결되는 부분을 아주 세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지요. 때문에 아무리 고생해서 만든 제품이라도 레이저 측정에서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만큼 스피커 유닛 하나를 만드는데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엄격한 기준은 놀라울 정도로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기틀이 되고 그런 과정을 거처 완성된 제품이 바로 ‘LZR’입니다. 이제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게 되셨나요? (웃음)


측정 장비의 궁극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의 것은 아직 현존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피커의 구성요소 중 콘 혹은 멤브레인의 재질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남다를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구성요소 하나만으로는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멤브레인 혹은 콘의 재질만이 좋은 사운드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예로 앞서 말씀드린 보이스코일에서 크기, 재질 그리고 어느 굵기로 얼마나 감느냐 등 고려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게다가 자석의 종류와 자력의 유효성, 사이즈와 댐핑 등 드라이버의 모든 구성요소들을 하나하나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제품이 기획되고 설계가 끝나면 다양한 요소들을 바꿔가며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지내게 됩니다. 이때 보이스코일의 길이와 자력의 합작품인 댐핑의 변화도 중요한 파악요소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자석(자력)을 추가하는 것이 재생 주파수 대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와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되묻게 되지요. 그만큼 ‘어느 하나’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어떻게 최적화되는가?’도 중요한 것입니다. 결론은 모두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지요. 이렇게 모든 면에서 고민이 끝나면 디스토션, 주파수, 최대 SPL, 열, 익스커션, 콘 & 멤브레인의 움직임 등이 최적화된 LZR의 이름을 달게 됩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제품의 구성도를 보니 멤브레인이 조금 독특해 보입니다.


그것까지 보셨으니 더 이상 무엇을 감추겠습니까. LZR의 핵심 중 하나인 ‘메탈 코어’를 보셨습니다. 극도로 얇은 막 형태인 멤브레인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직접적인 요소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댐핑을 갖으며 재생 주파수 대역에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진 사운드를 낼 수 있는지’ 고민했던 우리는 ‘메탈 코어’를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좋은 사운드를 위해 무게가 가벼운 멤브레인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여기에 무게를 더한 셈입니다. 관점에 따라 상당히 무모해 보이는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사운드를 얻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LZR980의 예를 들면 12Hz~28,000Hz의 넓은 재생 주파수 대역을 최대 120dB에 달하는 SPL로 낼 수 있으며, 0.1%의 극도로 낮은 THD를 자랑함에도 ‘메탈 코어’ 테크놀러지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모두가 ‘안 된다’는 고정관념 속에 있을 때 MAGNAT의 엔지니어들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사운드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평범함을 과감히 타파하고 양질의 사운드를 탄생시킨 것이지요.


 


이전에는 라우드 스피커 개발에 전념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우드 스피커와 헤드폰용 스피커의 차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1960년대에 설립된 MAGNAT(당시는 다른이름이었음)은 1970년대 초부터 라우드 스피커를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992년에 합류해 지금까지 약 25년간 몸담으면서 라우드 스피커를 개발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스피커 헤드폰용 드라이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총괄하고 있지만 저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좋은 사운드를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라우드 스피커와 헤드폰 스피커는 같으면서 다른 제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드라이버 그 자체의 구조적인 부분은 어느 스피커든 같습니다. 측정하는 파라미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공통사항이지요. 그러나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관점입니다. 스피커는 원거리에서 방사된 사운드가 공간을 지나 귀로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헤드폰은 귀에 아주 가깝기 때문에 드라이버 자체의 성능이 아주 뛰어나야 합니다. 설계대로 완성된 제품은 신형 성형 귀 모형이 탑재된 이어 컨버터와 측정용 마이크를 통해 사람의 귀와 가장 유사한 조건으로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홈 스피커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지요. 

또 다른 점은 바로 댐핑입니다. 홈 스피커의 경우 구경이 크고 우퍼를 더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것에서 나오는 사운드는 정말 대단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헤드폰은 하나의 드라이버에서 모든 것을 소화해야 합니다. 때문에 보다 많은 측정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완성된 드라이버는 유닛은 진공 챔버 안에서 레이저 측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것은 드라이버 자체가 가장 운영되기 편한 상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이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공기압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각 요소들이 최적의 움직임을 보이게 됩니다. 물론 설계가 잘 되어야 이 과정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후 무향실과 같이 공기압이 존재하는 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최종 점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갖기에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사용 환경으로 인한 완전히 다른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두 스피커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제품의 외관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미끈하게 빠진 외형과 정말 부드러운 메모리폼이 내장된 이어 패드는 정말 매력적이군요.


헤드폰에 있어 이어 패드 역시 사운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헤드폰이라도 귀를 완전히 밀폐하지 못하면 100%의 사운드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외관과 더불어 부드러운 이어 패드는 사용자가 편안하게 착용함에도 완벽한 밀착력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헤드폰이 둥글게 만들어진 반면 귀의 형상을 닮은 것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지요. 때문에 지금까지 여러분이 경험해보지 못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끈하게 빠진 외형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인체공학적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위해 우리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디자인회사에 외형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페라리의 디자인을 한 회사라고 하면 아실 것입니다. 올림픽 성화를 비롯해 교회, 건물, 자동차 등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회사의 훌륭한 디자인은 제품의 품격을 업그레이드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역시 무엇 하나 소홀히 한 것이 없군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운드는 생동감이 있어야 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엔 연주의 요소들이 모두 들려야 합니다. 그래야 연주 속으로 빠져들어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 상관없이 양질의 사운드를 제공해야 합니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자신만의 독보적인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것들을 즐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MAGNAT의 LZR은 어떤 플레이어를 사용하더라도 비슷한 음질을 제공합니다. 헤드폰에 관심이 많은 여러분들은 그동안 많은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사용 혹은 청음해 보셨겠지만, MAGNAT의 LZR의 사운드는 만나보지 못해보셨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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