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AMD 라이젠(Ryzen)이 출시되었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라이젠 7 1800X는 전세대 하이엔드 모델이었던 비쉐라 FX-8370대비 환골탈태 수준으로 개선된데다,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수년간 고착화된 하이엔드 CPU 시장에서 경쟁 모델과 충분히 경쟁할만한 성능을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 모델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이라지만, 하이엔드라는 제품군 특성상 60만원에 달하는 플래그십 모델인 라이젠 7 1800X에 망설임 없이 선뜻 손 내밀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PC 사용자는 인텔 메인스트림 제품군의 하이엔드 모델인 코어 i7 7700K 정도가 구매 한계치일텐데, 다행이 이번에 출시된 라이젠 7 시리즈에는 코어 i7 7700K를 노린 '라이젠 7 1700'이 있다.

3월 13일 기준 라이젠 7 1700과 코어 i7 7700K의 국내 가격은 약 38만 9천원과 38만 1천원으로 1만원 차이에 불과한데다 둘 다 오버클럭 가능하기에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게 되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이들 현실적인 고성능 제품 2종을 비교해 보겠다.

 

고성능 메인스트림의 경쟁, AMD 라이젠 7 1700 vs 인텔 코어 i7 7700K

라이젠 7 1700은 8코어 16스레드로 기본 CPU 구성은 앞서 살펴본 라이젠 7 1800X와 동일하지만 동작 클럭은 그보다 낮은 베이스 클럭 3.0GHz, 부스트 클럭 3.7GHz로 세팅되었다. 이는 오늘 비교 대상으로 살펴볼 코어 i7 7700K의 베이스 클럭 4.2GHz, 부스트 클럭 4.5GHz에 비해 베이스 클럭 기준 75%, 부스트 클럭 기준 82% 수준이다.

 

아무리 두 배의 코어를 갖췄다지만 이정도 클럭 차이면 테스트 항목에 따라 실제 성능은 큰 차이가 나지않을 수 있는데, 이 둘의 성능은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지금부터 확인해 보겠다.

참고로, 테스트는 라이젠 7 1800X와 동일한 시스템과 환경에서 그래픽 카드만 지포스 GTX 1070으로 변경해 진행되었으니 참고 바란다.

 

우선 라이젠 7 1700의 기본적인 연산 성능을 체크했는데, 전반적인 연산 성능은 코어 i7 7700K 대비 136%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멀티미디어 관련 성능은 약 94% 수준에 머물지만, 메모리 대역폭은 기본 지원 클럭이 개선된 만큼 당연히 더 높은 수준으로 측정되었다.

 

실제 활용을 위한 성능은 어떨까? 우선 간단히 SiSoftware Sandra에 포함된 과학 분석과 금융 분석, 암호화 성능을 체크해 보았는데, 과학 분석의 경우 라이젠 7 1800X와 같이 멀티 코어의 잇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금융 분석과 AES255/ SHA2-256 AVX 암호화 성능의 경우 라이젠 7 1700이 75% 이상 더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일부 외장 하드디스크의 경우 암호화 기능을 CPU 성능에 의존하는데, 이경우 라이젠 시스템에서 좀 더 빠른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렌더링 관련 성능 측정을 위한 시네벤치 R15와 블랜더, 레이트레이싱 성능 측정을 위한 Pov-Ray, 압축 프로그램 7-zip, 동영상 트랜스 코딩 및 연산 성능, 최대 듀얼 코어를 지원하는 에뮬레이터 돌핀을 이용해 성능을 비교해 보았다.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라이젠 7 1700은 코어 i7 7700K 대비 두 배로 늘어난 코어/ 스레드에 힘입어, 낮은 클럭에도 불구하고 최대 50%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반면, 싱글 스레드 환경에서는 동작 클럭이 최대 82%, 최소 75% 수준에 불과한 만큼 실 성능도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이젠 7 1700 vs 코어 i7 7700K의 게임 성능

라이젠 7 시리즈는 인텔의 하이엔드 데스크탑(HEDT) 시리즈, 현재 코드네임 브로드웰-E 시리즈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들이지만 그 중 라이젠 7 1700 모델은 가격면에서 하이엔드와 메인스트림의 경계에 걸쳐있는 독특한 제품이다.

따라서 인코딩과 레이트레이싱, 데이터 분석등 전문영역의 성능 외에 게임 성능체크도 필수인 만큼 우선 간단히 3DMark로 게임 성능을 체크해 보았는데, 멀티 코어 활용이 뛰어난 3DMark의 특성이 반영된 때문인지 대략 오처범위로 평가받는 5% 내외로 라이젠 7 1700의 게임 성능이 좋게 측정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그래픽 카드 부하가 낮아지고 CPU 영향력이 증대되는 Full HD 테스트(Fire Strike)서는 코어 i7 7700K의 게임 성능이 대략 8% 가량 더 좋게 측정되었으며, CPU 성능 스코어는 그래픽 부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측정하는 만큼 동시에 두 배의 스레드 처리가 가능한 라이젠 7 1700이 코어 i7 7700K보다 명확하게 높은 성능을 낸다.

 

3DMark 테스트 결과와 실제 게임 성능은 좀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데, 지포스 GTX 1070 기반의 이번 테스트에서는 라이젠 7 1700의 게임 성능이 코어 i7 7700K보다 전반적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라이젠 7 1800X 테스트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인데, 게임 개발사들이 8스레드 이상 CPU와 라이젠의 SMT  기술에 대응한다면 이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해상도와 옵션을 낮추고 CPU 의존도를 높인 720p 테스트 결과는 라이젠 7 1800X 테스트에서 본 것과 같이 인텔 코어 i7 7700K의 성능이 월등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라이젠 7 1700 구매층이 720p와 낮은 옵션으로 게임을 돌릴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기본 게임 성능이 차이나는 만큼 지난 3월 9일 출시된 지포스 GTX 1080 Ti나 멀티 GPU 환경 같이 그래픽 성능을 높일 경우 코어 i7 7700K 쪽이 더욱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소비전력 면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는 차이가 없지만, 앞서 지포스 GTX TITAN X로 그래픽 카드만 다른 동일 환경에서 라이젠 7 1800X의 Prime 95 당시 시스템 소비전력이 186W인 점을 고려하면, 라이젠 7 1700은 대략 TDP 수준의 소비전력 차이를 보인다.

 

라이젠 7 1700, 메인스트림의 새로운 다(多)코어 시대를 열다

라이젠 7 1700은 분명 라인업상 인텔 HEDT에 대응하지만 가격면에서 인텔의 메인스트림 끝판왕인 코어 i7 7700K에 대응하며, 기본 특성은 라이젠 7 1800X와 동일하다.

멀티스레드 활용도가 높은 전문 작업에 강한 반면, 아직 대부분 8스레드 지원에 머물면서 클럭이 중요한 게임이나 에뮬레이터 등의 작업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지만, 라이젠 7 제품군 자체가 인텔의 HEDT 제품군을 겨냥했기에 게임 성능이 아쉽기는 해도 특별히 문제삼을 부분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두 제품의 우열을 명확하게 판다할 수 없지만, 다중 코어 작업 위주의 사용자는 라이젠 7 1700, 게임 위주의 사용자는 코어 i7 7700K라는 명료한 선택지를 필요에 따라 취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이젠 7 1700에 주목할 점은 그동안 4코어 8스레드에 머물던 인텔 메인스트림 가격으로 등장한 8코어 16스레드 CPU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불도저같이 단순히 코어만 많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쟁 가능한 성능을 제공하면서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새로운 코어 경쟁 시대를 열었다.

인텔이 차세대 코어 시리즈 CPU에서 메인스트림급 헥사(6)코어 모델 출시를 계획한 것이 AMD 라이젠을 의식한 행보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메인스트림 시장에 새로운 경쟁과 변화의 바람에 앞장섰다는 것만으로도 라이젠 7 1700은 소비자 입장에서 칭찬할 만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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