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일반적인 PC 사용자들은 '가격대비 고성능'을 추구한다. 최저의 비용투자로 최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른바 상위 0.1%의 마니아들은 좀 다르다.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절대적인 고성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손에 넣고자 한다. 가격이 매우 높지만, 차별화된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수 있는 하이엔드 데스크톱(HEDT)이 그런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다.

인텔의 데스크탑용 프로세서 시리즈 중에서 최상위급 모델인 '익스트림 에디션(Extreme Edition)'이 바로 그런 HEDT를 위한 제품이다. 일반인 대상의 프로세서 중에 고성능에 속한다는 코어 i7의 가격이 30~40만원대 정도인데, 익스트림 에디션 시리즈는 저렴하다는 모델이 60~70만원대이며, 상위급 모델은 100~200만원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세서 하나의 가격이 어지간한 데스크탑 본체 가격보다 비싸다는 의미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일반 코어 i7이 '벤츠'나 'BMW',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은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존재다.

이런 제품은 프로세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와 발을 맞추는 메인보드 등의 다른 부품들 역시 비싸며, 일반인들이 온전히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인텔은 거의 매년 새로운 익스트림 에디션을 출시했으며, 이를 꾸준히 사 주는 마니아 역시 분명히 존재했다.

인텔 코어 X 시리즈

이런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도 2017년을 맞아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기존 프로세서의 최상위급 제품군이 아닌 새로운 제품군임을 강조하는 '코어 X 시리즈'로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2003년에 첫 등장한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부터 지난 6월부터 본격 출시를 시작한 코어 X 시리즈까지 인텔 HEDT 프로세서의 역사를 살펴보자.

인텔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Intel Pentium 4 Extreme Edition) ? 2003년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의 첫 번째 제품인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은 2003년 11월에 처음 출시되었다. 이름 그대로 이 제품은 당시 인텔의 주력 제품이었던 펜티엄4의 최상위 제품으로 취급되었다. 130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초기 제품의 개발코드명은 갤러틴(Gallatin)으로, 펜티엄4 보다는 동일한 코드명의 제온(전문가용 프로세서)에 더 가까운 물건이었다. 클럭(동작 속도)이 3.2~3.4 GHz로 높은 것 외에, 일반 펜티엄4에는 없는 3차 캐시(Cache)를 2MB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익스트림 에디션 중 최상위 모델에 999달러의 가격표가 달리는 전통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2005년 2월에 나온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의 후기 제품은 90nm 공정의 프레스캇(Prescott) 기반으로 바뀌었다. 동작 클럭이 3.73GHz로 높아진 것 외에, 1066MT/s의 버스(시스템 내부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갖춰 800MT/S의 버스로 동작하는 일반 펜티엄4와 차별화했다. 한편,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은 펜티엄4의 최상위 모델이긴 했지만, 메인보드는 일반 펜티엄과 동일한 소켓 478(초기 모델)이나 775(후기 모델) 규격을 이용했다.

인텔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Intel Pentium Extreme Edition) ? 2005년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

펜티엄4의 후속 모델인 듀얼 코어 프로세서, 펜티엄D(초기모델 90nm 공정 스미스필드, 후기모델 65nm 공정 프레슬러)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었고 메인보드 역시 동일한 LGA 775 소켓 규격을 이용했지만, 차별화를 위해 모델명에서 'D'가 빠지고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클럭이나 캐시 용량 등의 기본적인 사양 면에선 펜티엄D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펜티엄D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을 기본적으로 적용해 차별화했다. 하이퍼 쓰레딩은 1개의 코어를 2개처럼 쓸 수 있는 기술로, 이 때문에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은 물리적으로 2개의 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4코어(4 쓰레드) 프로세서로 운영체제에서 인식되었다.

인텔 코어2 익스트림(Intel Core 2 Extreme) ? 2006년

코어2 익스트림

코어2 듀오, 코어2 쿼드 시리즈에 기반한 프로세서로, 65nm 공정의 콘로(듀얼코어), 켄츠필드(쿼드코어) 계열의 초기모델, 45nm 공정의 요크필드(쿼드코어) 계열의 후기 모델로 나뉜다. 코어2 익스트림 X6800등의 999달러 모델 외에 코어2 익스트림 QX9775와 같이 1499달러의 초고가 모델도 등장했다. 이용하는 메인보드는 여전히 LGA 775 소켓 규격이다.

코어2 익스트림은 일반 코어2 듀오, 코어2 쿼드 시리즈에 비해 수치적인 사양(클럭 속도, 캐시 용량)이 가격만큼이나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세서의 최종 클럭을 정하는 버스의 배수를 제한없이 조정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오버클러킹(클럭을 기준치 이상으로 높임)의 자유도가 높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배수 제한 해제는 이후에도 익스트림 에디션 제품군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자리잡았다.

1세대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 2008년

1세대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네할렘 아키텍처를 적용한 초기 모델(코드명 블룸필드, 45nm 공정)와 웨스트미어 아키텍터를 적용한 후기 모델(코드명 걸프타운, 32nm 공정)으로 나뉜다. 첫 모델인 코어 i7-965 익스트림 에디션(2008년)을 시작으로 매년 1개씩 신 모델을 출시했는데 마지막 모델인 코어 i7-990X 익스트림 에디션(2011년)까지 모든 제품에 동일한 999달러의 가격표가 붙었다.

특히 후기 모델인 걸프타운 계열의 경우, 6개의 코어를 내장하고 12MB의 3차 캐시를 탑재하는 등, 당대의 모든 PC용 프로세서를 압도하는 사양을 갖춰 큰 주목을 받았다. 1세대 코어 i7의 일반 모델은 초기에는 LGA 1366 규격, 후기에는 LGA 1156 규격이었으나 익스트림 에디션은 모두 LGA 1366 규격을 이용한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샌디브릿지-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Sandy Bridge-E) ? 2011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샌디브릿지-E

2011년 말부터 출시를 시작한 샌디브릿지-E 계열의 익스트림 에디션은 2세대 코어 i7(코드명 샌디브릿지)와 같은 32nm 공정으로 제조된 프로세서였지만, 모델명은 22nm 공정의 3세대 코어 i7(코드명 아이비브릿지)와 같이 코어 i7-3xxx 형식이 붙었다. 출시되고 판매된 시기 역시 아이비브릿지(2012년 초~2014년 중반)와 거의 같다.

이때부터 인텔은 일반 프로세서에는 최신 아키텍처를, 동시기에 팔리는 익스트림 에디션에는 이전 세대의 아키텍처를 쓰는 독특한 정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나온 새 기술이 아닌, 충분히 검증된 기존의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인텔의 의도다. 6개의 코어 및 최대 15MB의 넉넉한 3차 캐시를 비롯한 높은 사양을 갖춰 고성능을 발휘한 것 외에, 이때부터 익스트림 에디션은 최상위급 시스템 전용인 LGA2011 소켓 규격의 메인보드 전용으로 출시, 일반 코어 i7과 차별화를 하기 시작했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아이비브릿지-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Ivy Bridge-E) ? 2013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아이비브릿지-E

2013년 하반기에 등장한 익스트림 에디션으로, 3세대 코어 i7(아이비브릿지)와 같은 22nm 공정이 적용되었으나, 등장 시기나 모델명(코어 i7-4xxx)는 4세대 코어 i7(하스웰, 22nm 공정)과 비슷하다. 전반적인 특성은 샌디브릿지-E와 유사하고 메인보드 역시 LGA2011 소켓 규격을 이용한다. 999달러 모델은 출시되지 않았고, 990달러짜리 코어 i7-4960X가 최상위 모델이다. 1년도 되지 않아 후속작인 하스웰-E가 출시된 탓에 팔린 시기는 그다지 길지 않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하스웰-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Haswell-E) ? 2014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하스웰-E

2014년 8월에 출시된 하스웰-E(22nm 공정)는 5세대 코어 i7(브로드웰, 14nm 공정)과 같은 코어 i7-5xxx의 모델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대부분의 판매 기간은 4세대 코어 i7(하스웰)과 겹친다. 그 이유는 브로드웰의 출시가 2015년 6월로 늦었고, 그나마도 데스크톱용은 시장에 거의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스웰-E는 이름과는 달리, 일반 하스웰은 물론, 전작인 아이비브릿지-E와 차별점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기존의 DDR3 메모리보다 한층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높은 DDR4 규격 메모리를 이용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익스트림 에디션에서 이용하던 LGA2011 소켓 규격 보다 성능이 향상된 LGA2100 v3 규격의 메인보드를 쓴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특히 최상위급 제품인 코어 i7-5960X는 8개의 코어에 20MB의 3차 캐시를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브로드웰-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Broadwell-E) ? 2016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브로드웰-E

2016년 5월에 처음 등장한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모델명은 코어 i7-6xxx 형식이다. 6세대 코어 i7(14nm 공정 스카이레이크, 2015년 말)보다 나중에 나왔지만 5세대 코어 i7과 같은 14nm 공정 브로드웰 아키텍처를 유용했다. 메인보드는 하스웰-E와 같은 LGA2100 v3 규격을 이용한다. 역대 익스트림 에디션 중 가장 고가(1723달러) 제품이었던 코어 i7-6950X는 10개의 코어에 25MB의 3차 캐시를 갖추고 있어 당대의 PC용 프로세서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했다.

인텔 코어 X 시리즈(Intel Core X Series) ? 2017년

인텔 코어 X 시리즈

인텔 코어 X 시리즈는 기존 익스트림 에디션을 대체하는 제품군으로, 2017년 6월부터 본격 출시를 시작했다. 4코어 모델은 코드명 ‘카비레이크-X’, 6코어 이상 모델은 코드명 ‘스카이레이크-X’로 분류된다. 코어 i7의 최상위급 제품으로만 자리매김 하던 기존 익스트림 에디션과 달리, 코어 i5의 이름을 가진 모델도 있으며, 새로운 제품군인 ‘코어 i9’ 시리즈가 추가되는 등,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LGA 2066 규격의 소켓을 갖춘 전용 메인보드를 이용하며, 4코어(8 쓰레드)의 코어 i5-7640X(242 달러)를 시작으로, 2017년 8월 현재, 10 코어(20 쓰레드)의 코어 i9-7900X(999 달러)까지 출시된 상태다. 향후 오는 9월까지 18코어(36 쓰레드)의 코어 i9-7980XE(1,999달러)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의 익스트림 에디션이 1세대에 2개꼴로 최대 코어 수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해보면 코어 수의 증가 폭이 아주 크다. 프로세서 내부의 버스(데이터 전송 구조)를 기존의 링(고리) 형태에서 메시(그물망) 형태로 개선, 코어가 많을수록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또한, 스카이레이크-X 제품군의 경우, 코어 당 1MB의 2차 캐시를 탑재하고 있어 코어 당 256KB의 2차 캐시를 갖췄던 전작(브로드웰-E)에 대비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