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업계에는 1년에 두 차례 성수기가 존재했다. 바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다. 게임업계의 주 소비층인 10대 청소년 및 20대 대학생들이 게임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이 시기에는 많은 온라인게임의 동시접속자 수 및 매출이 동반 상승한다. 지난 2011년,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레전드’ 업데이트를 진행해 최고 동시접속자 수 58만 8천여 명을 기록하며 온라인게임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게임업계의 판도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바뀌며 방학보다는 설날이나 추석, 크리스마스 등 씀씀이가 커지는 공휴일을 중심으로 매출이 널뛰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설 연휴의 주인공은 ‘포켓몬 GO’와 ‘리니지 레볼루션’ 등으로, 연말 특수를 설날로 이어가며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외국에도 설이나 추석 같은 연휴가 있을까? 주요 문화권 별로 각기 다른 게임 성수기를 알아보자.

메리 블랙 프라이데이! 북미권

미국과 캐나다로 대표되는 북미권에서 1년 중 가장 큰 소비 시즌은 겨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11월 말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12월 25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한 달 여의 기간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란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바로 다음날을 뜻한다. 이 때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이어지는 한 달 동안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집계될 정도로 현지 유통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손꼽힌다.

콘솔 게임의 경우 게임기부터 게임 타이틀까지 대부분의 상품이 원가에 가깝거나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며, 디지털 패키지나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역시 이 시기에 맞춰 콘텐츠 업데이트 및 각종 이벤트를 실시한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가 보편화되고 국경 없는 디지털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리는 게이머들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양대 거치형 콘솔 플랫폼 업체인 소니와 MS가 주력 콘솔인 PS4와 Xbox One 기기 번들을 필두로 다양한 관련 게임 타이틀을 할인 판매했으며, 블리자드의 ‘배틀넷(현 블리자드앱)’, 밸브의 ‘스팀’, EA의 ‘오리진’, ‘GOG.com’ 등도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게임소매점인 게임스탑이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게임 관련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전세계 게이머들을 즐겁게 했다.


▲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현장 (사진출처: abcnews.go.com)

얏빠리 춘절데스, 일본-중화권

일본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에 있는 국가들은 대체로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의 주요 연휴로는 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하는 신정, 추석(백중)에 해당하는 오봉야스미, 그리고 4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쳐 약 1주간의 긴 연휴 골든 위크가 있다.

이 중 게임을 비롯한 소비 매출은 오봉야스미나 골든위크 기간에도 상승하지만, 아무래도 크리스마스부터 신정 연휴에 이르는 연말연시 시즌에 가장 크게 늘어난다. 특히 아랫사람에게 세뱃돈을 주는 1월 1일을 전후로 매출이 급등하며, 각종 게임사 및 소매상들도 이 시즌에 맞춘 할인행사를 매년 연다.

중화권은 우리나라와 같은 음력 명절을 샌다. 중국의 4대 명절은 춘절, 청명절, 단오절, 중추절인데, 이 중 우리나라 설과 추석에 해당하는 춘절과 중추절을 가장 크게 여긴다. 이 둘에 중국과 홍콩, 마카오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을 전후로 1주간의 휴가를 가지는 국경절 연휴를 더해 3대 휴일로 여긴다. 

이 중 최대 명절은 역시 설날인 춘절 연휴다. 중국은 한국과 비슷하게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이는데다, 글로벌 게임사 상당수가 중국을 거대 시장으로 신경쓰는 경향이 높아 국내에서도 중국 춘절의 영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등의 인기 온라인게임들은 중국 춘절에 맞춰 새해 이벤트 및 업데이트를 개최했는데,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설날 이벤트’라는 형태로 다가왔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춘절 연휴는 사상 최대 대목 중 하나다. ‘던전앤파이터’ 등으로 중국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넥슨의 경우 지난 3년 간 춘절이 포함된 1분기(1~3월) 중국 매출이 타 분기 대비 40%까지 상승했다. 2~3월에는 별다른 매출 상승 요인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1분기 추가 매출 대부분이 춘절 연휴에 발생하는 셈이다.


▲ 중국 '춘절'에 맞춰 진행된 '오버워치' 이벤트 (사진제공: 블리자드)

홍차 한잔 하시겠스키? 러시아

러시아의 국교는 동방정교회에서 전파돼 설립된 자치교회 러시아 정교회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이 아니라 1월 7일로 규정하고 있으며, 5일에 달하는 신년 연휴와 크리스마스, 주말이 낄 경우 대체 휴일 등을 포함해 꽤나 긴 휴일이 지속된다. ‘스뱌뜨끼’라 불리는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서양의 산타와 루돌프와 비슷한 서리 할아버지와 눈소녀, 크리스마스 트리 등을 장식하곤 한다.

여기에 서양식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역시 축제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12월 24일을 전후로 시작되는 연말연시 기간에는 러시아인들의 소비도 덩달아 늘어난다. 러시아 공공여론조사센터 VCIOM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러시아인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1인당 평균 8114루블(245달러)을 신년맞이에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연방국의 평균 임금이 18,000루블임을 감안하면 꽤나 큰 규모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에서도 ‘월드 오브 탱크’를 필두로 다양한 온라인게임이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보급도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연말연시 게임 관련 소비량이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부터 ‘아키에이지’ 러시아 서비스를 진행해오고 있는 엑스엘게임즈는 “지난해 국내 및 글로벌시장 공통 성수기인 연말연시에 맞춰 준비한 신규 종족 업데이트를 러시아에도 선보인 바 있다”라며 “해당 업데이트 및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진행한 이벤트를 통해 유의미한 매출 및 트래픽 증가 결과를 얻었다”라고 밝혔다.


▲ 러시아에서 3년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아키에이지' 현지 간담회 현장
(사진제공: 엑스엘게임즈)

앗살람 알레이쿰! 이슬람 문화권

터키를 중심으로 한 터키어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동남/서남아시아,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일부 지역은 이슬람교가 국교이거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들은 자국 고유 공휴일과 종교적 명절을 선택적으로 챙기는 경우가 많아 하나로 묶어 말하긴 어렵지만, 지구상 모든 이슬람교도들이 공동으로 지키는 것이 있다. 바로 ‘라마단’이다.

‘라마단’이란 천사 가브리엘이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을 뜻한다. 이슬람교도들은 라마단 기간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의무적으로 금식을 하고, 하루 5번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참고로 금식에는 음식 뿐 아니라 담배, 물도 포함되며, 성관계도 금지된다.

얼핏 보면 종교적 금욕 기간으로만 보이는 라마단 기간이지만, 의외로 게임업계에서는 성수기로 통한다. 낮 시간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이슬람교도들의 이목이 자연스레 게임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권의 성수기와 다른 점은 낮 시간대 접속률은 급증하는 한편, 해가 진 저녁부터는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며 이용률이 확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라마단이 끝난 다음날부터 3일 간 이어지는 이드알피트르 기간에는 주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주고받는 축제가 벌어져 이를 전후로 현지 매출 및 접속률이 한 차례 더 상승하기도 한다.

나마스떼 간디, 인도

최근 새로운 게임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도. 10억이 넘는 인구와 한창 발전 중인 인프라 등을 눈여겨 본 많은 게임회사들이 앞다퉈 인도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 진출한 외국계 게임회사들이 입을 모아 토로하는 점은 인도의 문화를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도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시크교 등 다양한 종교가 뒤섞여 있으며, 공식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언어만도 20여가지에 달한다. 영토도 넓어 같은 인도라도 북부, 동부, 남부 사람들은 문화 뿐 아니라 언어, 종교, 인종마저 다르기에 인도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이들을 한데 묶어 정의내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명절이나 휴일 역시 종교, 지역별로 각각 차이가 있다. 일단 인도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 종교인 힌두교에서는 각 지역별로 중요시하는 신이 각기 다르기에, 이에 대한 축제나 휴일이 주마다 다르다. 어떤 지역에서는 두르가 여신을 섬기는 축제를 개최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자간나뜨 신을, 또 다른 지역에서는 크리슈나 여신을 섬기는 축제를 여는 식이다.

그 중에도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힌두교도가 동시에 즐기는 축제가 있다. 바로 ‘홀리’와 ‘디왈리’다. ‘홀리’는 힌두교 달력으로 새해를 기념하는 행사로, 사회적 제도인 카스트를 초월하여 서로 색색의 가루를 뿌리며 노는 ‘색의 축제’로 유명하다. ‘디왈리’는 집집마다 등불을 밝히고 힌두교의 신을 맞이하는 명절로, ‘빛의 축제’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소비가 활성화되는 기간은 ‘디왈리’다. 하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역의 성수기에 비교하면 그 소비 촉진 정도가 작은 편이다. 이밖에 인도 내 무슬림들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설명한 라마단을 지키며, 시크교나 기독교 등도 자신들만의 명절을 보내는데다 정작 중요한 게임 콘텐츠 구매 문화가 아직 정착 초기에 머물러 있기에 아직까지는 게임 성수기로서의 체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인도에서 ‘포인트블랭크’를 수 년간 서비스 해 온 제페토는 “큰 축제 전후로 학교의 방학 기간이 있어 그 기간동안 접속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으나 타 지역의 성수기만큼은 아니다.”라며 “방학기간 역시 지역마다 상이하여 성수기 파악이 어려운 나라로 볼 수 있다.”고 인도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 다양한 인종과 종교, 문화가 뒤섞여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인도(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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